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더욱 아련한 아픔이다. 180417 시칠리아 체팔루 해변

나그네수복 2020. 8. 4. 20:34

 

체팔루의 사월 해변 빈의자들이 정겹다.

흔적도 없는 정적만이 앉아있는 빈의자는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착한 인연, 즐거운 인연, 

쓸쓸한 인연, 기다리는 인연,

변덕꾸러기 인연, 애틋한 인연,

끊을 수 없이 얽혀버린 통곡의 인연,

해풍은 시린듯 따뜻하다.

사슬에 메여 떠 내려가지 못하는 파란의자는

섬뜻한 여생 고독을 즐기는

세파에 주름살 굵게 지어내는 어부 노인네의 회한이다.

성문 안쪽으로 보이는 양지바른 의자는

가난스런 마을을 향해 더욱 아련한 아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