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귀신이 되리라.180415 팔레르모 길거리에서
나그네수복
2020. 8. 16. 18:40
팔레르모 거리를 걷다 유난히도 하얀 색
점포안 4벽은 모두 순백
벽에 기대어있는 만장들도
바닦에 앉아있는 천막도 섬찟 희기만 한데
삼베모시같은 천에 수놓은 처절한 꽃송이들
한국의 한평생 상여소리 댕그렁거리는 한맻힌 소리 이국에서 환생한듯.
브레이브 용기 스페란자 희망 톨레랑스 관용
만장에 한땀 한땀 문자가 송곳처럼 날카롭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갈구리같은 궁금증
전쟁과 내전으로 수없이 떠돌아야만 하는 난민들
"우리는 우리의 모든 것 청소년들을 잃어버렸습니다".
천막위에 검정색 글씨가 암울하다.
지중해 한가운데 팔레르모는 난민들의 희망인가보다.
나무위에 줄줄이 달려있는 꽃들이 서글프게 아름답다.
점포를 나서는 하늘에는 호소의 메아리가 윙윙거린다.
저들중에는 하늘을 끝도 없이 원망하는
나라를 원망하는
자신을 저주하는 진하다못해 살을 베어내는
뭉크의 절규하는 고함소리
구깃구깃 찌부러지다 귀신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