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싸움터의 식당이었다.180413 아그리젠토에서의 한끼

나그네수복 2020. 9. 1. 16:36

 

아그리젠토 숙소 제공하는 식사라곤

빵과 과자들로는 입맛이 가시지않아

광장앞 레스토랑으로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빨리된다는 추천 스파게티

아마도 늦은 시간이어서 였을지도 몰라

나름 특별한 스파게티였을지도 몰라 그렇지

어스름한 야외등에 비치는 검은 티끌들은

마음을 심란하게 비비적거렸고

지렁이같은 마찰을 빚어내는 슾을 발라놓은듯 

미끄덩거리는 감촉의 혀끝은 

억지로 비비적거리는 동굴속 무지렁이들

삼키려는 허기와 뱉으려는 본능은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싸움터의 식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