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웃어재낀다.180412산토리니 절벽 두갈래의 오름길을 내려다보며

나그네수복 2020. 10. 6. 11:24

 

내려다보는 이 길은 구부렁 구부렁 길조차 느릿느릿.

건너다 보이는 저 길은 일직선 눈길조차 쉬이잉슁.

거북이처럼 능글맞었어도 토끼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삶이었건만

한바람에 올라채니 그르렁거리는 기계소리만 머리를 진동한다.

헐떡거리며 꿈을 찾는 삶의 거친 숨소리는 바다에 잠겨버리고

돈의 날개는 하늘을 모르고 날아오른다.  쾌락의 웃음소리와 함께

산토리니의 절벽을 숨이차게 오르는 삼백여미터 계단 끝머리에는

500여개의 순번을 가진 한걸음들이 기념품가게를 두르고

그 너머에 케이블카의 대합실이 한바탕 호탕지게 미련없이 웃어재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