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13. 유리 장막에 갇힌 피에타를 건너다 보며-로마 베드로 성당.

나그네수복 2022. 3. 15. 06:37

 

유리 장막에 갇힌 피에타를 건너다 보며

 

죽음은 슬픈 것인가?

성모 마리아는 묵상중이다.

예술가들이 너도 나도 자식 잃은 애처로움에 공감을 자랑했단다.

 

베드로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두리번거린 건

뇌 속에 정형의 틀로 자리 잡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오른쪽 벽 먼발치에 단번에 뚜렸한 형상이 일치한다.

마땅히 발걸음도 종종거리며 기대를 향하여 가로지른다.

이십 대의 미켈란젤로의 일갈은 "대리석 안에 형상을 끌로 찾아냈을 뿐"

앞에 서보니 유리 장막 안에 갇혀버린 피에타는 접근금지

가까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강요 속에 단절된 인형이었다.

단 하나의 대리석에서 단 하나의 피에타

얇은 사 하얀 고깔의 섬세한 율동이 생각나는 주름들

십자가의 고통이나 상실의 진실보다 표현의 능숙함이 장막을 치고

미켈란젤로는 인류문명사에 명성을 남겨놓았다.

 

죽음은 진실한 것인가?

비극은 아름다운 것인가?

희생은 선한 것인가?

미켈란젤로는 피에타로 자문을 남겨놓았다.

스무살의 감성으로 잡은 인류사에 수수께끼의 알레고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