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13. 늑대님이여 젖꼭지를 다오, 로물로스 형제 라오.-로마

나그네수복 2022. 3. 30. 05:57

 

 

늑대님이여 젖꼭지를 다오, 로물로스 형제 라오.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박물관이라 해서

로마의 기원이라는 늑대와 로물로스 형제가 머문다고 해서

콘스탄티누스 12미터나 되는 거상의 파편들이 아쉽다고 해서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천재의 기지가 펼쳐진다는 언덕

캄피톨리오 광장의 카피톨리노 박물관의 이름이 걸출하다.

 

믿거나 말거나 연대기의 논쟁에 휘말려버린

로물로스 형제의 우물거리는 입술 바로 위에서

늑대의 젖꼭지는 로마의 허기를 조롱하듯 대롱거리고

살고 싶어, 젖 줘, 빨고 싶어, 본능은 이글거리고

형재의 손바닥은 간절하여 안 깐 힘이다.

늑대는 사람 형재가 내 자식인 듯

혹여나 다른 악마를 제압하는듯

귀를 쫑긋 세우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으르렁 거린다.

 

무심한 조명의 빛발과 그림자가 역동으로 선명하다.

서구세계의 문명사를 쥐락펴락 조물거린 로마제국이

기껏 늑대의 젖으로 시작하는 기원이라니

그게 어디 자랑할만한 자랑거린가.

대한은 천신의 자손이라는 단군신화에 홍익인간

로마제국의 시원은 지나치게 소박해서 미소를 만든다.

어디선가 들음직한 동화 같은 동네 이야기가 건국설화라니

늑대의  사나운 정기 먹고 자라서

로마는 그렇게 무지하게 정복의 길로 행하였을까?

 

세계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해도

늑대와 사람과 로마는 우숩게도 세계사처럼 어수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