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12. 로마의 저물어가는 나보나 광장에서 혼자 말

나그네수복 2022. 3. 26. 05:45

 
 
로마의 저물어가는 나보나 광장에서 혼자 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건 
내가 아직도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거다.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건
내가 이루고 싶은 소망이 남아있다는 거다.
 
나보나의 광장에 지친 마음 들어 서니 해는 뉘엿거리고
멀찌감치 떨어저있는 세개의 분수대
무어인의 분수
강의 분수
넵튠의 분수
시간 압박에 촐랑거리는 내 발길의 한 시선 넘어에서
물을 쏟아내는 신들의 표정들이 익살스럽다.
관람석 위 성당 건물의 유리창에서 반사되는 석양빛은
번쩍거리며 황금덩어리를 요리조리 회전중이다.
광장을 둘러선 레스토랑들은 저녁 축제를 위해 
노천 가페 색색 우산들을 펴는 중이다.
온몸을 은빛 금빛으로 색칠한 부동의 판토마임 거리예술가들도
초상화 그려대던 고독스런 외고집 그림장이들도
위스키 한잔을 즐기려는듯 어느틈에 흔적없이 사라지고
너도나도 모두가 하루를 마감중이다.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건
하루하루의 삶의 가치가 빛나는 일이다.
 
삶의 가치가 남아있다는건
이내 삶의 자리가 부질없더라도
광장에 어울릴 수 있는 기쁨이 살아있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