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170809. 깊은 늪으로 흘러가는 구름 속으로 끌어당긴다.-우피치 미술관

나그네수복 2022. 2. 4. 07:38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것과 없는 것

 

쿵덕거리는 즐거움을 안고 맨 먼저 마주친 건

전시장 입구 조그만 방 홀로 자리를 지키던

라파엘로의 둥근 성모상이었던가?

아련히 생각나는 그 그림 한 점에 마나님은

이 그림 하나만 봐도 우피치에서 누리는 보람은 다했다 했지

그리스도의 사랑과 헌신과 심판의 두려움이 가득 넘친다.

 

의외로 외모보다 텁텁해서 목이 메인 북경 박물관

의외로 외모보다 맛깔나고 달콤했던 대만 박물관

연초록 옥으로 가꾼 아마도 메뚜기 앉은 배추포기 국보 제일 이였던가?

꿈적 없는 자연 속에 흘러 다니는 신선들의 마음의 여유 

모든 것은 스스로 그러하다 

인생은 한낱 구름이려니 떠 다니는 뱃사공이려니

 

우피치 미술관 옆에는 중세기 냄세나는 궁전이 있고

아르노 강이 흐르고 보석 실은 다리가 보이고

창문으로 내어다 보니 붉은 벽돌 민가들이 한 발짝이다.

기다란 두 개의 건물이 창고처럼 길게 꽈리를 틀었다.

중세의 아픈 역사는 사람들의 바로 옆구리에서 

아담의 갈빗대처럼 비너스의 몸짓으로 유혹을 한다.

 

대한의 국립박물관엔 모던한 멋스러움 자태를 뽐내고

거울못이라 이름하는 둥그런 호수에 어른거리는 한 폭의 그림

숲 속을 거니노라면 고즈넉한 돌탑과 사리 부도 어서 오란다.

박물관 아저씨 매화 난초 대나무 국화 가득 키웠네 

동방의 역사는 반가사유의 곱다란 미소를 타고 

사유의 깊은 늪으로 흘러가는 구름 속으로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