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00919. 하루 일에 이만큼 고마운 마음 차에 함께 실어 다시 타향 길.
나그네수복
2022. 1. 12. 08:31
산소를 새단장하는 날
아카시아 씨앗이 봉분 위로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어떻게 끼어 들었는지 구불구불 가시 달린 명감나무 여기저기
이름 모를 잡풀들이 소복하게 제멋대로 자라서
가꾸려던 잔디들은 견디다 못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고
빗길에 씻긴 자갈 덩어리들이 비쭉거리는 산소 뜨락이
명절 때마다 보기에도 힘에 겨웠는데
오늘 작은 아버지의 결단으로 새단장을 하게 되었다.
선산 자락 길 가에 남쪽을 향한 곳
서울서 부지런히 출발한다고 재촉했건만
현수네가 서둘러준 고향 일꾼들은 벌써 한창 일을 마치고
힘든 몸 쉬는 마음 새참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삼촌네는 부랴부랴 고향 친구 오준네를 불러내고
새참 거리 식당밥 주문하여 배달시키니
덜 준비된 음식들이 눈에 띄어 물 배달 술 배달 미안한 마음
동훈아제 내외 일부러 나와 지켜봐 주시니
그늘 아래 펼친 음식 자리 고향 정담 한마음으로 가득하다.
불도저 부르릉거리며 일당백으로 힘을 쓰는데
일거에 온갖 잡것들이 모조리 밀리고 뒤집고 쓸어진다
다듬어진 산소자리 잔디 깔기 바쁘다.
일꾼들은 일가들은 골 따라 나르고 덮고 심는 게 바쁘다.
할아버지 할 머지 아버지 어머니 가묘 어느덧 새 잔디로 새로워지고
깔끔하고 산뜻하고 눈에도 가볍다.
전경을 바라보니 들도 산도 더불어 흡족해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별 인사드리고
하루일에 이만큼 고마운 마음 차에 함께 실어 다시 타향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