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흘러내리는 포만이 말없이 구물거린다.181009-데스벨리-자브라스키 포인트
나그네수복
2020. 2. 19. 15:37
데스벨리-죽음의 계곡에서
아름다운 막장
행복하라는 저주
천국같은 지옥
역설이라지만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다.
생경해서 새롭고 극한이어서 더 매력적인걸.
세상 다른 곳 어디에 이런 능선길이 있으랴.
내 마음을 치명적으로 끌어당긴다
저리로 걸어보고 싶은 욕망이 하늘을 찌른다.
불속으로 재가되려 푸득거리며 들어가려는
불나비의 날개짓은 화려하리라.
몽유에 취한듯 넘실 넘실 흘러내리는 능선들이
여자의 뿌연 살갗마냥 우유빛으로 포동거리고
넘쳐내리는 포만이 말없이 구물거린다.
데스밸리 국립공원(Death Valley National Park)이 그렇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이 거대한 계곡은 서반구에서 가장 낮은 곳이자,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외로운 땅 중 하나다. 죽음의 계곡이라는 이름을 방증하듯 여름에는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치솟고, 어떤 해에는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데스밸리에는 극한의 환경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극적인 비경이 숨어 있다. 날카롭게 솟아오른 벌거벗은 산맥,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골짜기, 찬란하게 빛나는 소금 평야,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사막, 척박함을 딛고 자라나는 생명까지. 데스밸리에 머무는 내내 생각했다. 어쩌면 지옥은 천국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고아라 여행작가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