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차창밖으로 죽음의 장막들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181010-요세미티 킹스케년

나그네수복 2020. 2. 10. 09:05






요세미티 킹스케년 산정에서 내려오는 길


사람이 저질러낸 실수였을까?

하늘에서 내려치는 번개였을까?

세콰이어 천진난만한 숲이 재앙을 맞았다.

수천년의 수명을 생각하니 아직은 여리기만한 간난아이일텐데

숨통은 불길에 꼬실라지고 앙상한 뼈대만 줄줄이 시위중이다.

죽어가던 검은 소리가 뻗쳐오른다.

몸뚱아리는 오로지 살려달라는 심지하나로

꼿꼿이 검은 빛을 쏘아낸다.

참담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저주받은 검은 그림자들은

흡사 정령이 되어  울부짖는다.

차창밖으로 죽음의 장막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