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절간에서 보이는 것들-일본 교토

나그네수복 2022. 7. 12. 05:58

 

절간에서 보이는 것들

 

주저리주저리 열렸다.

세월이 노릿노릿 익어간다.

 

고색창연한 이끼들은 나무를 타고 

기와지붕 위에서 위세를 떤다.

내가 세월이라고

 

개울 건너는 다리 난간에는 

물때가 끼어 얼룩덜룩 헤어진 비렁뱅이

연륜의 무늬를 함부로 그려낸다.

 

오가는 사람들은 오그라드는 몸짓으로

세월 앞에 두 손 모아 수그리고

엉금엉금 기어서 생로병사를 밟는다.

 

뒷산에 푸르 청정한 수풀들의 소리는 

세월은 여기 있노라고 푸르게 고함지른다.

모든 삼라만상은 세월의 품속에서 어쩔거냐고

 

깡그리 싸그리 사라져 간다.

세월이 흔적도 없이 날아만 간다.

 

모든 게 헛되고 헛되도다 무엇을 위해 수고하는가

그래도 살아야하는 것은 주어진 삶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