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211108. 작은 집이 앙증맞다, 석촌 호수 오리의 집.

나그네수복 2022. 5. 26. 06:25

 

작은 집이 앙증맞다, 석촌 호수 오리의 집

 

석촌 호수에는 오리의 집이 있다.

앙증스럽기가 바다 위에 한 척의 종이배

한 주먹이 연상되어 그냥 품 속에 간직하고픈

수풀 속에 둘러싸인 모습은 마치 병아리 품은 엄마 닭이여

 

석촌 호수에는 오리의 집이 있다.

어느 날인가 검은 오리 몇 마리 오락가락

주르륵 물을 타다 집 주변 수풀 위로 올라앉아서

날개 사이 조아대며 고개를 뒤 흔드는 귀여운 여유여

 

석촌 호수에는 오리의 집이 있다.

몇 날 몇 날을 스쳐봐도 오리는 없고 빈 집이다

장난감처럼 애완의 집터 마음이 쏠린다.

나라도 한 마리 오리가 되어 소박하게 들고 싶은 내 집이여

 

혼잡한 발걸음 조차도 멈칫거리는 물 위에 오리 집

갈래갈래 찢어지고 흔들리는 뒤틀린 심사일지라도

오염 더미 속에서 한줄기 신선한 산소를 찾아 헤매는 

나그네들에게 오리의 집은 허공을 매워주는 한 줌의 숨소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