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역시 보기에 심히 아름답더라. 질곡을 가득 안고도.190703-소래 시흥갯골
나그네수복
2019. 11. 20. 00:02
시흥갯골을 따라 가는 길
7월의 갯강을 따라 시오리길 고적한 걸음걸이
삶의 중반에 들어선 염초들 이부자리처럼 참 포근하다.
히끗히끗 말라가는 삶의 소멸들이
노년에 들어있는 내 영혼이 섞여들어 잔잔하고 차분하다.
골을 따라 구불거리는 개펄의 번득거림에
지나온 삶이 언뜻 언뜻 번쩍거린다.
붉으스럼한 칠면초들은 벌써 초록청춘을 잃어버리고
살아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아름다움을 늘어놓아 안쓰럽다.
보기에 심히 아름답더라.
삶과 죽음의 유희속에서 염초들은
오늘도 삶을 물려주고 물려받고 가득히 희망을 펼쳐놓는다.
역시 보기에 심히 아름답더라. 질곡을 가득 안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