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사찰승려의 고달픈 수행이었던가?190131-강남 봉은사

나그네수복 2019. 12. 6. 12:28





강남 봉은사에서

 

추사님 김정희 어른께서

마지막 재롱을 떨으셨던 판전 어수룩한 편액.

71세 과천 늙은이가 병중에 쓰다라는

낙관은 생사를 관통하는 유불선이 비툴배툴 들어선다.

그물망에 갇혀버린 그 글씨는

꿈을 펴지 못하고 접힌채 아쉬워만하는

선생님의 마지막 인간으로 돌아서는 아픔과 께달음 아니겠는가?


어떤 사유함이 그리 깊은가?

어두운 암청색으로 변해버린 침묵하는 반가사유부처님

가녀리게 떠오른 그 미소 바라보니

생노병사는 사람의 업이라 턱바친 그 손이 움직거린다

낙엽조차 떨쳐버린 생명나무는

사시사철 변함으로 세월을 애달파하는데

가부좌 틀고앉아 굳어버린채 한결같은 께달음 얻어본다네.


봉은사엔 백남준 두상이 있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그 얼굴 하늘을 향해

즐겨 빠져들었던 텔레비젼 흉내낸 돌조각은

실상은 잃어버린채 허구로만 맨숭맨숭 허투른 예술혼이다.

어렸을 적 봉은사에 놀러다녔다는

설명문이 어찌 작가를 대신하겠는가?

남준선생의 문명에 대한 께달음은 사찰승려의 고달픈 수행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