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편 잡기장 한구절
그 위에 찬란한 햇볕이 눈부시다.190826-잠실 오단지
나그네수복
2019. 10. 11. 10:37
아파트 단지안의 고목
자리에 터 잡은지 45년이라니
이젠 고목이라 부를 때도 되었나보다
아직은 장년이라 팔팔한 거목들이 즐비한 이 동네 이 길목
무얼 잘못했는지 팔다리 잘려나가 몽당나무가 되었다
스칠때마다 몽당나무 달랑 서있는 모습이
차라리 뿌리채 뽑아버리지 했는데
을씨년스러운 거무팅팅 어둠이었는데
오늘 보니 활짝 버섯꽃이 피었다
고목에 꽃이 피었다.
아니 선혈이 피었다
순교자의 하얀 피가 앉았다.
역시 고목은 그냥 쓸어지지 않고
생명의 꽃을 피우고 노래하며 사라진다.
그 위에 찬란한 햇볕이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