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광륭사 사찰 문을 나서는 기분은-일본 교토
나그네수복
2022. 5. 1. 05:56
광륭사 사찰 문을 나서는 기분은
사찰의 문을 나서는 마음은 항상 추수를 하는 농부의 마음이었다.
속세의 아수라를 버려버리고
선계에 들어 나무로 변신하고 잡초로 변신하고 물방울로 변신했다.
한동안 장자의 꿈속의 나비가 되어 헤매였다.
광륭사의 뜨락은 나비가 날기에는 화초가 시들었다.
나비가 되어 목말라하는 꿀마저도 병 속에 잠들어 있어
꿀 빨대를 길게 늘여봐도 비끄러 지는 유리는 설탕도 아니다.
흐린 날의 수채화는 온통 물에 흐려져 흘러내리는 물자국만이 범벅이다.
나서는 사찰문 앞 길에는
거친 전선줄이 밤중 공동묘지에 도깨비처럼 설치고
전차 한대가 지네처럼 어슬렁거리고 길을 따라 기어간다.
닫는 사찰 누각 대문은 삐걱거리고
지나가는 택시의 엔진 소리도 신경을 거스르는데
시중 한 분 뒤따라 빼꼼히 머리를 내밀어 아수라 속을 들여다보고는
눈길 마주치자 낯선 사람을 내쳐버리듯 얼굴에 사마귀를 뒤집어썼다.
계단 옆 호젓한 게시판에 반가사유의 보살이 모나리자의 미소를 지어
구겨진 고통 속의 깨달음과 자비의 손 받침으로 여운을 퍼뜨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