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편 잡기장 한구절
광륭사에서의 찾잔의 적막-일본 교토
나그네수복
2022. 6. 4. 05:29
광륭사의 찾잔의 적막
한 잔의 찻잔이 대지위에서 적막을 피워낸다
아른거리는 김 속에 길이 보인다.
한 분의 고행 길 스님의 적삼이 펄럭인다.
이슬비는 안식처의 지붕을 축이고 있다.
한기가 서글퍼지는 오후
우울한 대기를 피해 섬돌에 올라 살짝 이슬을 맞는다.
짙은 감색의 찾잔의 냄새가 회색 도포를 적신다.
널따란 절간 지붕은 대지를 향해 다소곳이 겸손 중이다.
나그네 길은 죽 뻗어 달마대사가 가는 길이다.
한잔의 찾잔을 솜씨껏 비우지 못해 바지 위로 흘려보낸다.
피어나는 적막은 연꽃을 피우기 위한 진흙의 구렁텅이다.
마침내 찻잔은 식어 적막을 주워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