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성당 광장의 풍경들
누군가의 소리가 귓등을 타고 스며들었다.
베드로 성당의 광장은 열쇠 모양이다.
열쇠는 베드로와 예수와 성당의 고리를 보여준다고
언젠가는 신문사진이 시선으로 들어왔다.
굴뚝의 흰 연기가 뿜어주는 교황 탄생의 고고 성에
광장의 수십만 인파가 환호를 내지르고 즐겨하는 모습들
오늘에야 오감으로 피부에 스며들었다.
광장에는 동그란 회랑이 포근하게 감싸고
씩씩한 열주들이 자만감으로 꿋꿋하게 지켜 섰다.
처마 난간에는 세어보려다 그만둔 하얀 순결 수호성인들이
흘러가고 흘러오는 인파들의 시냇물을 내려다본다.
중앙에는 우뚝 선 태양신을 향한 오벨리스크가 창공을 향해 날카롭다.
광장 한 모퉁이에서는 두 개의 분수가 뿜어내는 무지개들
미켈란젤로가 지었다는 지붕 돔의 바래버린 푸른빛은 바티칸의 화룡 점정.
쿠폴라에 어른거리는 자취는 바티칸에 낙관 찍는 사람들
성당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선 구원을 두 손모은 순례자들 들락날락
옆문 한쪽에는 울긋불긋 스페인 병사가 차렷 자세 보초를 섰다.
팔월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나그네들은 음료수병 한 두 개 들고 오가는데
지쳐버린 뜨네기들은 열주 아래 주저앉아 다리 뻗고 가슴을 풀어헤쳤다.
속세인과 신앙인들은 순례객과 관광객으로 한무리되어 지구촌을 노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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